솔직히 저는 통풍이 40~50대 아저씨들 이야기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엄지발가락이 욱신거리기 시작하던 그날 밤,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음식 하나, 음료 하나가 쌓이고 쌓여 결국 몸이 신호를 보낸다는 것. 젊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제 몸이 직접 가르쳐 줬습니다.
통풍, 정말 아저씨 병일까
일반적으로 통풍은 중년 남성에게 흔한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20대 후반에 이미 첫 증상을 경험했습니다. 야식으로 곱창이나 치킨을 거의 매주 먹고, 물 대신 탄산음료나 에너지 드링크를 달고 살던 생활이 문제였습니다. 처음 발가락이 아팠을 때는 단순히 삐끗한 거겠거니 넘겼습니다. 그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는 병원 결과지를 받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실제로 최근 통풍 환자 분포를 보면 마냥 '아저씨 병'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연간 통풍 환자 약 49만 명 중 30대 이하가 12만 명가량을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체 환자 4명 중 1명꼴이 젊은 층이라는 뜻입니다. 연령대 문제가 아니라 식습관 문제라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되는 셈입니다.
통풍의 핵심 원인은 고요산혈증(Hyperuricemia)입니다. 고요산혈증이란 혈액 내 요산 농도가 정상 기준인 7mg/dL을 초과한 상태를 말합니다. 요산은 우리 몸이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최종 산물입니다. 퓨린이란 육류, 내장류, 등 푸른 생선 등에 다량 포함된 화합물로,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됩니다. 이 요산이 바늘 형태의 결정을 이루고 관절 주변에 침착되면서 극심한 염증 반응, 즉 통풍 발작을 일으킵니다.
제 경험상 이 발작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이불만 스쳐도 소름이 돋을 만큼 아프고,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유리 조각을 밟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짧게는 3시간, 길게는 일주일까지 지속된다고 하는데, 저는 사흘을 그 상태로 버텼습니다.

당류 과다, 탕후루만의 문제가 아니다
솔직히 처음 탕후루가 국정감사에 소환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게 그렇게 대단한 문제인가' 싶었습니다. 단 게 유행한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마카롱이나 흑당 버블티가 유행할 때도 이런 논란은 없지 않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조금 달리 보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총 당류(Free Sugar) 섭취량을 50g 이하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총 당류란 식품에 첨가된 설탕과 천연 과일즙 등에 포함된 당분을 모두 합산한 개념입니다. 탕후루 한 개의 당류 함량은 대략 20~25g 수준으로, 하나만 먹어도 1일 권고량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비교해 봤더니 마카롱 두 개, 흑당 버블티 한 잔도 당류 함량이 탕후루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탕후루가 유독 나쁜 음식이라서 논란이 된 게 아니라, 마침 가장 유행하는 음식이라 조명을 받은 측면이 큽니다. 저는 이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특정 음식 하나를 문제 삼으면 마치 그것만 안 먹으면 된다는 착각이 생깁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 즉 당 섭취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현상이 쌓이는 것입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혈당이 빠르게 치솟았다가 급락하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당뇨 위험을 키우는 현상입니다. 탕후루 한 번보다 매일 마시는 달달한 음료 습관이 더 본질적인 문제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통풍과 당류는 생각보다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과당(Fructose)이 많은 음료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요산 생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과당이란 탄산음료나 가공 과일 음료에 첨가되는 단당류로,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요산 합성을 자극합니다. 저도 요산 수치가 높다는 진단을 받은 뒤 식습관을 되돌아봤을 때 물보다 달달한 음료를 훨씬 자주 마셨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A형 간염, 깨끗하게 자란 게 오히려 문제
A형 간염에 대해서 저는 오랫동안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예방접종을 다 맞았겠거니 생각하며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막상 직장 건강검진에서 항체 검사를 받아보니 항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A형 간염이 국가 필수 예방접종 항목으로 지정된 건 2015년입니다. 그 이전에 태어난 세대 상당수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채 성인이 된 겁니다. 그런데 과거 세대는 위생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자연스럽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소량 노출되면서 자연 면역을 획득했습니다. 반면 2030세대는 위생 환경이 크게 좋아진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연 감염 기회 자체가 줄었습니다. 깨끗하게 자란 게 역설적으로 면역 공백을 만든 셈입니다.
실제 수치를 보면 상황이 명확합니다.
- 20대 A형 간염 항체 양성률: 12.6% (전 연령 중 최저)
- 30대 항체 양성률: 31.8%
- 40대 이상 항체 양성률: 80% 이상
A형 간염 바이러스(HAV, Hepatitis A Virus)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경구 감염됩니다. HAV란 간세포에 직접 침투해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로, 약 30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황달, 짙은 소변 등의 증상을 유발합니다. 대부분은 자연 회복되지만, 기저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예후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2030세대라면 예방접종 여부를 따로 확인하고, 항체가 없다면 접종을 받는 게 맞습니다. 저도 결과를 받은 직후에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식습관을 바꾸기로 한 계기, 진짜 이유
통풍 진단을 받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억울하다'였습니다. 맛있는 것 좀 즐겨 먹었을 뿐인데 갑자기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 앞에서 솔직하게 생활습관을 나열해 보니 억울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고퓨린 식품인 내장류와 등 푸른 생선을 자주 먹고,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 생활이 몇 년째 이어졌으니까요.
통풍은 단순히 식사 조절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요산강하제(Urate-Lowering Therapy, ULT)를 통해 혈중 요산 수치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요산강하제란 요산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신장을 통한 배출을 촉진하여 고요산혈증 상태를 교정하는 약물입니다. 저도 현재 꾸준히 복용 중이고, 3개월마다 혈액검사로 요산 수치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건강 관련 콘텐츠들이 "이 음식이 문제다", "저 음식이 독이다"는 식으로 특정 대상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그 방식이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탕후루 하나를 끊는다고, 고기를 한 달 안 먹는다고 당장 수치가 정상화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 반복된 식습관 전체를 돌아봐야 합니다. 저는 통풍 발작이라는 꽤 아픈 경험을 치르고 나서야 그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결국 저에게 남은 교훈은 단순합니다. 몸은 천천히 망가지고, 신호는 늦게 옵니다. 아프기 전에 요산 수치를 확인하고, A형 간염 항체 여부를 점검하고, 매일 마시는 음료의 당류 함량을 한 번쯤 들여다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저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으면 그냥 서랍에 넣어두지 마시고, 요산 수치와 간 수치를 꼭 한 번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몇 년 사이 급증함 ㄷㄷ 요즘 20대 통풍, 당뇨 환자가 유독 많은 이유 [모아봤스] https://www.youtube.com/watch?v=oMVu4MOdH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