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냥 넘긴 적,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십니까. 피곤하면 쉬면 되고, 조금 이상한 느낌도 "원래 이러지 않았나" 싶어서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 말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몸의 작은 변화를 무심하게 넘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유방암 4기 진단 후 10년을 버텨낸 실제 경험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증상들
혹시 가슴에서 뭔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든 적이 있으십니까. 이분의 경우, 처음 이상 신호를 발견한 건 본인이 아니라 남편이었습니다. 암 진단 약 2년 전부터 남편이 "이 멍울은 평소 것과 다르다"고 말했지만, 정작 본인은 별로 이상하지 않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통증이 없었던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실제로 통증이 있는 경우보다 통증 없이 발견되는 유방암이 더 많다는 점은, 저 역시 처음 알고 나서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유두에서 유즙이 나왔지만 1년간 습진으로만 알고 지냈다고 합니다. 약국에서 연고만 받아 바르며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저도 솔직히 이 부분에서 "나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피곤한 상태였으니 모든 증상을 육아 탓으로 돌리기 쉬웠을 것입니다. 결국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종양 크기는 7.5cm와 2.5cm, 림프 전이까지 확인된 상태였습니다.
이분의 경우 원발암(처음 암이 발생한 부위)은 왼쪽 가슴이었고, 이후 폐와 림프까지 전이가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서 원발암이란 전이암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암이 최초로 발생한 장소를 가리킵니다. 폐와 림프로의 원격 전이가 확인되면서 병기는 4기로 분류되었습니다. 병기(staging)란 암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나타내는 단계로, 타 장기로 원격 전이가 이루어진 경우를 4기로 구분합니다. 예고된 여명은 길어야 2년이었습니다.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해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평소와 다른 느낌의 멍울 (통증 유무와 무관)
-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
- 유방 피부의 변형이나 함몰
- 이유 없는 지속적인 피로감
국내 유방암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여성 암 발생 1위를 기록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크게 달라지는 암인 만큼, 정기 검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항암은 체력전이다, 음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암 진단을 받으면 주변에서 가장 먼저 쏟아지는 것이 음식 조언이라는 걸, 혹시 경험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것은 먹지 마라, 저것은 꼭 먹어라, 체질을 바꿔야 한다. 이분은 그 말들이 진심으로 듣기 싫었다고 했습니다. 물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먹지 말아야 할 것만 늘어나면 정말 먹을 것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저도 건강 때문에 뭔가를 억지로 챙기려다가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은 특히 크게 공감했습니다.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첫 주에만 7kg이 빠졌고, 하루에 밥 한 숟가락만 겨우 넘긴 날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한 식단이 아니라 어떻게든 먹는 것이었습니다.
항암제(chemotherapy)란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하거나 파괴하는 약물을 총칭합니다. 문제는 이 약물이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극심한 오심(구역질), 변비, 탈모, 피로감 같은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입니다. 이분은 항암 부작용으로 오는 변비가 생각보다 훨씬 심하다고 했고, 그 때문에 매일 아침 사과 한 개를 꾸준히 먹었다고 합니다. 섬유질 보충이라는 실용적 이유도 있었지만, "오늘 건강한 하루를 시작했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더 컸다고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작은 루틴 하나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는 건 정말 공감합니다.
숯불 고기를 탄 부분만 잘라내고 먹었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입맛이 없을 때 기름기 빠진 숯불고기가 유일하게 넘어갔고, 그것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며 항암을 버텼다는 것입니다. 항암은 체력전이고, 체력이 있어야 다음 항암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은 단순히 들리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중요한 원칙입니다.
암의 원인을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단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해석이 다소 단순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 발생은 유전적 요인, 호르몬, 환경, 생활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 원인 하나로 귀결시키면 불필요한 자책감을 낳을 수 있습니다.

표준 치료가 끝난 뒤, 임상시험이라는 선택지
표준 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분은 표적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며 더 이상 본인의 암 유형에 맞는 치료 옵션이 없어지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그때 선택한 것이 임상시험이었습니다.
표적 치료제(targeted therapy)란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이나 단백질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치료법입니다.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기존 항암제와 달리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에게 효과적입니다. 이분의 경우 허셉틴(HER2 양성 유방암에 쓰이는 대표적 표적 치료제)까지 내성이 생기자,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성(drug resistance)이란 처음에는 약이 잘 듣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암세포가 그 약을 회피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현상입니다. 내성이 생기면 약을 바꿔야 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약 종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내성 주기가 짧아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결국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옮겨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했고, 첫 임상에서 처음으로 암의 진행이 멈췄습니다. 그 순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임상은 약 2년 반, 두 번째 임상은 만 5년을 이어갔고 현재는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 상태입니다. 완전 관해란 검사 상으로 암의 흔적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완치와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관리와 추적 관찰이 계속 필요합니다.
임상시험에 대해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이라는 인식도 있는데, 저는 이 사례를 보면서 기회로 볼 수 있는 맥락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임상시험은 효과와 부작용 모두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성공 사례만 보고 기대치를 높이기보다는 충분한 정보와 의료진 상담을 바탕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 임상시험 정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암 환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오늘을 사는 법
"유방암은 착한 암"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분은 그 말을 직접 들었고, 그 말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암에 걸리는 순간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이 바뀝니다. 세상에 착한 암, 쉬운 암은 없다는 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10년을 버텨온 사람의 진심입니다.
이분이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정보력이었습니다. 암 치료는 의사가 알아서 최선의 방법을 제시해주는 구조가 아닙니다. 환자 본인이 자신의 암 유형, 가능한 치료법, 임상 기회 등을 직접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를 솔직히 자문해봤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 과정은 체력과 의지가 동시에 필요한 일입니다.
탈모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항암 치료로 머리가 빠지면 가발을 쓰게 되는데, 구레나룻과 잔머리가 없어지면 가발 경계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실용적인 정보를 주었습니다. 가발은 인모 소재의 긴 것을 사서 잘라가며 쓰는 것이 가성비도 좋고 티도 덜 난다는 팁은,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입니다.
재정적인 부분도 현실적입니다. 실비보험이 있어서 수술비와 항암비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었고, 임상시험 약은 효과가 있는 동안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반대로 실비 없이 치료를 받는 경우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도 직접 언급했습니다.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를 살 돈이 있다면 그 돈으로 실비보험을 챙기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은 저 역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오늘에 집중하라"는 말. 투병 10년이 지나고 나서 나온 말이라 무게가 달랐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저는 몇 가지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정기 검진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실비보험 유지는 잘 되고 있는지, 그리고 피곤함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거창한 건강법보다 먼저 병원 예약 하나를 잡는 것이 어쩌면 가장 실용적인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께 작은 나침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실제 투병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의견과 정보 공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 방법과 식단, 임상 참여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