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췌장암을 술 많이 마시는 사람들의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담배도 안 피우고 과음도 잘 안 하니까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넘겼던 거죠. 그런데 제가 매일 습관처럼 마시던 믹스커피, 틈틈이 집어 먹던 소시지 몇 조각, 자기 전 야식이 실제로 췌장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액상과당과 가공육,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인 위험
저도 처음엔 "액상과당이 좀 안 좋은 거 아니야?"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연구 수치를 접하고 나서는 그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액상과당(HFCS, High Fructose Corn Syrup)이란 옥수수 전분을 효소 처리해 만든 인공 감미료로, 탄산음료뿐 아니라 비타민 음료, 에너지 드링크, 믹스커피, 과일 주스에까지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제가 매일 마시던 그 믹스커피에도 들어 있다는 사실이 가장 뜨끔했습니다. 일반 포도당과의 차이가 중요한데, 포도당은 혈관 안에서 단계적으로 처리되는 반면, 액상과당은 간으로 직행해서 지방간을 유발하고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립니다. 이 과정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반복적으로 혹사당하게 됩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액상과당 음료를 100ml 이상 꾸준히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췌장암 발병 위험이 18% 높았습니다.
가공육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팸,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군 발암물질(Group 1 Carcinogen)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1군 발암물질이란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로 입증된 물질을 말합니다. 담배, 석면과 같은 등급입니다. 가공육이 위험한 핵심 이유는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 때문입니다. 아질산나트륨이란 가공육의 색을 선명하게 유지하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보존제인데, 이것이 고기 속 아미노산과 반응하면 니트로사민(nitrosamine)이라는 강력한 발암 물질로 전환됩니다. 니트로사민은 위암, 식도암에 이어 췌장암과도 연관성이 확인된 물질입니다. 가공육을 하루 50g, 그러니까 소시지 두세 조각 수준으로만 꾸준히 먹어도 췌장암 발병 위험이 19%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국제암연구소(IARC)).
췌장암 위험을 높이는 식품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액상과당이 포함된 음료(탄산음료, 에너지드링크, 믹스커피, 과일주스) — 100ml 이상 꾸준한 섭취 시 췌장암 위험 18% 증가
- 가공육(스팸, 소시지, 베이컨) — 하루 50g 꾸준한 섭취 시 췌장암 위험 19% 증가
- 과도한 나트륨 섭취(젓갈, 고염도 발효식품) — 나트륨 1g 증가 시마다 췌장암 위험 12% 증가, 고나트륨 섭취군에서 최대 38% 위험 증가

특히 나트륨과 관련해서는 과숙성된 김치나 젓갈류도 해당됩니다. 다만 김치 자체가 나쁜 음식은 아닙니다. 마늘과 파에 포함된 알리신(allicin)이란 성분은 항암·항산화 작용이 강한 물질로, 김치는 기본적으로 건강식입니다. 문제는 고온에서 과도하게 발효시킨 경우인데, 이 과정에서 니트로사민이 생성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4도 이하에서 보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복 시간과 구강위생, 의외로 중요한 두 가지 습관
제가 직접 돌아봤을 때 가장 찔렸던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 바로 믹스커피를 마시고, 저녁 늦게 배달 음식을 시키고, 자기 전에 과자를 집어 먹는 패턴이 거의 매일 반복되고 있었거든요. 공복 시간이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췌장은 음식이 들어올 때마다 아밀레이스(amylase), 리페이스(lipase) 같은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동시에 인슐린을 내보내는 이중 작업을 합니다. 여기서 아밀레이스란 탄수화물 분해 효소를, 리페이스란 지방 분해 효소를 뜻합니다. 쉬지 않고 무언가를 먹으면 이 두 가지 작업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췌장에 만성 염증이 쌓입니다. 반대로 12시간 이상 공복 상태가 유지되면 오토파지(autophagy)라는 세포 자정 작용이 활성화됩니다. 오토파지란 세포가 손상된 단백질이나 이상 세포를 스스로 분해하고 제거하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초기 암세포도 제거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야식 자제와 간헐적 공복이 단순한 다이어트 방법이 아니라 췌장 보호 전략이 되는 이유입니다.
구강위생 이야기는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치아가 췌장이랑 무슨 관계냐 싶었거든요. 그런데 뉴욕대학교 연구팀이 12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구강 위생이 불량한 사람들의 췌장암 발병 위험이 최대 3.5배까지 높았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구강 내 세균이 잇몸 혈관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고, 이 세균이 혈류를 타고 소화기관, 특히 췌장에 도달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경로가 확인된 것입니다. 제가 이걸 알고 나서 가장 먼저 바꾼 습관이 잠자리 들기 전 구강 세정제 사용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췌장 크기는 서양인보다 12% 작고, 인슐린 분비 능력은 36% 낮습니다(출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한국인의 췌장이 더 빨리 지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한국인에게 췌장암 예방 습관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췌장암이 무서운 이유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보건복지부 암종별 5년 상대 생존율 통계를 보면, 다른 암종들의 생존율이 꾸준히 오르는 동안 췌장암만 1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진단받을 때 이미 3기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동안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한 증상이 있었는데, 그냥 위장 문제겠거니 하고 넘긴 적이 있습니다. 한 달 이상 이유 없이 소화 불량이 지속된다면 위장뿐 아니라 간·담도·췌장, 즉 간담췌(肝膽膵)를 함께 확인하는 복부 초음파를 받아보는 것이 맞습니다.
결국 췌장암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나하나는 어렵지 않은 습관들을 몇 년, 몇십 년 이어가는 일입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냉장고에서 소시지를 꺼내다 멈췄습니다. 작은 순간들이 쌓여 결국 몸의 방향을 바꿉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싸길래 집어왔는데..” 오래될수록 암세포 5배 뿜어져 나오는 '발암 음식' 먹고 췌장암 걸린 환자. 술 담배보다 10배 안 좋습니다 (지식의 향연) https://www.youtube.com/watch?v=5A9tbLbnT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