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요거트와 김밥을 '그나마 괜찮은 선택'이라고 믿었습니다. 바쁜 날 점심으로 편의점 김밥을 집어 들면서 "라면보다는 낫겠지"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고, 아침마다 요거트 한 컵을 꺼내 먹으면서 장 건강까지 챙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꽤나 허술한 근거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는 걸 이번에야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건강식이라는 착각, 혈당 스파이크가 췌장을 무너뜨린다
국내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 확진 인구가 533만 명, 당뇨 전단계가 1,500만 명으로 합산 약 2,000만 명에 이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꼴로 혈당 문제를 안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연구에서는 한국인의 췌장이 서양인 대비 인슐린 분비 능력이 약 36.5% 낮다는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체구가 작다 보니 췌장 크기도 작고, 이소성 지방, 즉 장기 주변이나 내부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지방이 더 잘 침착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식습관은 서구화됐는데 췌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요거트나 김밥 같은 음식이 문제가 될까요. 핵심은 혈당 스파이크입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때 췌장의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급격하게 대량 분비하면서 과부하가 걸립니다. 베타세포는 췌장 내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로, 이 세포가 반복적으로 혹사당하면 인슐린 분비 능력 자체가 떨어지게 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요거트 중 고지방 제품은 지방 함량도 높고 당류도 상당합니다. 지방이 들어오면 췌장의 외분비 기능, 즉 지방 분해 효소를 분비하는 기능이 작동하고, 동시에 당이 들어오면 내분비 기능인 인슐린 분비도 동시에 작동합니다. 쉽게 말해 두 가지 부하가 동시에 걸리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영양성분표를 확인해봤는데, 편의점에서 흔히 보이는 고지방 요거트 한 컵에 당류가 15~20g을 넘는 제품도 적지 않았습니다.
잡채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절 음식이라 왠지 정갈하고 건강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로는 당면이라는 정제 탄수화물에 기름을 볶은 조합입니다. 채소가 들어가 있어도 조리 과정에서 혈당 지수가 높아진 상태라 혈당 스파이크를 충분히 일으킵니다. 특히 탄산음료나 커피 믹스처럼 액상과당이 포함된 음료는 흡수 속도가 일반 탄수화물보다 훨씬 빨라서 혈당을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올립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기 전에도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췌장이 장기적으로 지쳐갑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로, 당뇨의 주요 기전 중 하나입니다.
췌장에 부담을 주는 음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지방 요거트 (당 + 지방의 이중 부하)
- 탄산음료, 커피 믹스 (액상과당에 의한 급격한 혈당 상승)
- 잡채 (당면 + 기름의 혼합 구조)
- 김밥 (정제 탄수화물 + 빠른 섭취 속도)
- 아보카도 (췌장 기능 저하 환자의 경우 지방 대사 부담)

위험 신호와 췌장을 지키는 실질적인 습관
췌장이 '조용한 장기'로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솔직히 좀 섬뜩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건강검진 수치에 큰 이상이 없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혈당이 서서히 나빠지는 과정에서도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신경 써야 할 신호가 있습니다. 50대 이후 갑자기 당뇨가 발병하거나, 기존에 잘 조절되던 혈당이 이유 없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입니다. 이를 의학적으로 뉴온셋 다이아베티스(New-Onset Diabetes)라고 하는데, 새롭게 발병한 당뇨를 뜻하며 췌장암 조기 발견 연구에서 주요 지표로 활용됩니다. 지방변, 즉 변이 기름져 보이거나 회색빛을 띠는 경우도 췌장의 외분비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는 신호입니다. 명치나 윗배 통증이 등쪽으로 퍼지는 방사통 역시 해부학적으로 몸 깊숙이 위치한 췌장의 이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국립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여전히 15% 수준으로 낮은 편이며,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출처: 국립암정보센터).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태도일 수 있습니다.
췌장에 도움이 되는 식품도 있습니다. 마늘에 포함된 알리신은 항산화 성분으로, 췌장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감소에 기여한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란 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등푸른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 매개 물질을 조절하는 작용을 합니다. 토마토의 라이코펜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췌장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라이코펜이란 토마토나 수박 등에 들어 있는 붉은색 카로티노이드 계열 항산화 물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정보를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바꾸게 된 것은 먹는 속도였습니다. 밥을 빠르게 먹는 습관이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는 것을 알고 나서, 의식적으로 씹는 횟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3분 만에 김밥 한 줄을 해치우는 일은 줄었습니다.
다만, 이 정보를 받아들일 때 한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면보다 더 위험하다"는 식의 표현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효과적이지만, 건강 위험도는 개인의 기저 질환 여부, 섭취량, 전체 식습관의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요거트나 아보카도를 모든 사람이 피해야 할 식품으로 받아들이는 건 다소 과잉 반응일 수 있습니다. 특정 췌장 질환을 가진 분들에게는 주의가 필요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전체 식습관의 균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건강 정보는 공포의 도구가 아니라 판단의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정 음식 하나를 끊는 것보다 전체 식습관에서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 가공식품의 비중을 줄이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정기적으로 혈당과 혈액 검사를 챙기는 것이 췌장 건강을 지키는 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심코 넘기지 않는 것, 그것이 첫걸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우려 사항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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