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 한 개가 혈당지수 90까지 치솟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건강식이라 믿고 군고구마를 간식처럼 먹어왔는데, 이 수치를 처음 접하고 한동안 멍했습니다. 마른 체형이면 당뇨 걱정은 없다는 착각도 그때 함께 깨졌습니다.
마른 사람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혈당 문제는 뚱뚱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동양인의 췌장 크기는 서양인보다 약 30~40% 작습니다. 췌장은 인슐린을 만들어 혈당을 조절하는 장기인데, 그 크기가 작다는 건 인슐린 분비 여력 자체가 구조적으로 적다는 뜻입니다. 겉으로 날씬해 보여도 췌장은 이미 한계에 몰려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체중도 정상 범위였고 건강검진 수치도 나쁘지 않아 방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서 당화혈색소(HbA1c)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당화혈색소란 지난 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혈액 속 적혈구에 포도당이 얼마나 달라붙었는지를 퍼센트로 나타내는데, 병원에서 당뇨 진단의 기준으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문제는 이게 '평균'이라는 점입니다. 혈당이 식후마다 극단적으로 오르내려도, 평균이 낮게 나오면 정상처럼 보입니다. 3개월에 한 번 사진 한 장 찍는 CCTV로는 그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당화혈색소 5.7 이상 6.4 이하는 당뇨 전 단계로 분류되지만, 이 범위 안에 있으면 합병증 위험은 거의 없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리하게 수치를 5.7 아래로 끌어내리려다 근육량이 급격히 빠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혈당 관리의 목표는 '정상 혈당'이 아니라 '적정 혈당'이라는 시각이 저는 설득력 있다고 느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당뇨 전 단계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훨씬 높아집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마른 체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고 있기에는 현실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건강식이라 믿었던 음식들의 배신
혈당 스파이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혈당이 단시간에 급격하게 치솟았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췌장이 인슐린을 대량으로 쏟아내야 하고, 결국 췌장 기능이 점점 떨어집니다. 문제는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음식이 우리가 흔히 건강하다고 믿는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하고 꽤 놀란 사례가 몇 가지 있습니다.
- 군고구마: 생고구마의 혈당지수(GI)는 약 50으로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구우면 GI가 90까지 치솟습니다. GI란 특정 음식이 포도당(GI=100)과 비교해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는지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군고구마 한 개가 사실상 설탕 수준의 혈당 반응을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 월남쌈: 채소와 고기가 풍부해 건강식처럼 보이지만 라이스페이퍼가 문제입니다. 얇아 보여도 10장 정도 먹으면 탄수화물 양이 밥 한 공기를 훌쩍 넘고, 여기에 설탕이 들어간 소스까지 더하면 혈당이 크게 오릅니다.
- 김밥: 단면에 채소가 가득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밥이 압축되어 들어갑니다. 먹는 속도도 빠릅니다. 5분 안에 한 줄을 해치우면, 그만큼 탄수화물이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이 가파르게 오릅니다.
- 라면+김밥 조합: 당뇨가 없는 사람에게서도 혈당이 250~300까지 오른 사례가 보고됩니다. 탄수화물에 탄수화물을 더한 조합이 췌장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반대로 의외로 혈당 반응이 괜찮은 음식도 있습니다. 삼겹살이나 수육, 보쌈 같은 고기류는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습니다. 마라탕도 탄수화물 재료를 빼고 두부 가공 식재료인 푸주 위주로 선택하면 혈당 관리에 불리하지 않습니다. 저도 고기는 혈당을 올린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조리법과 조합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늘부터 바꿀 수 있는 식후 습관
음식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게 먹는 방식과 식후 행동입니다. 인슐린 분비는 음식이 위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GLP-1, GIP 같은 장내 호르몬이 미주신경을 통해 췌장에 신호를 보내고, 췌장은 혈당이 오르기도 전에 인슐린을 준비합니다. 여기서 GLP-1이란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는 위고비, 삭센다 등이 바로 이 GLP-1 기전을 활용한 약물입니다.
이 구조를 알고 나니 식후 행동이 달라 보였습니다. 식사 후 10~15분 안에 가볍게 움직이면, 흡수된 포도당이 근육에서 즉시 에너지로 쓰입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됩니다. 설거지, 청소, 산책 몇 걸음이면 충분합니다. 저도 이 습관을 들인 후 식후 졸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밥 먹고 나른한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혈당 스파이크 후 반동으로 오는 피로감이었던 겁니다.
아침 식사도 중요합니다. 기상 직후는 코르티솔 분비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는 시간대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잘 반응하지 않아 혈당이 잘 내려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 탄수화물 위주의 아침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릅니다. 계란과 양배추에 올리브유를 더한 아침 조합은 탄수화물 흡수를 늦추고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올리브유 속 올레산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소장에서 탄수화물 흡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식후 혈당 관리와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당뇨 전 단계에서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늦추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음식을 라면 끓일 때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면을 한 번 데쳐 기름물을 버리고, 스프는 절반만 넣고, 식초 한 큰술을 추가하면 혈당 상승 속도가 달라집니다. 식초 속 아세트산이 아밀라아제를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아밀라아제란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소화 효소인데, 이 효소의 활동이 늦춰지면 그만큼 혈당도 천천히 오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스프 반쪽에 식초가 더해져도 맛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혈당 관리는 어떤 음식을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반응을 이해하고 먹는 방식과 순서를 조금씩 바꾸는 과정입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괜찮다고 방심하기보다, 식후 혈당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번쯤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며칠만 써봐도 내 식사 패턴이 얼마나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이 글은 개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혈당 수치가 우려되신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제가 당뇨 환자였습니다..." 10년째 먹던 당뇨약을 한 달만에 끊게 해준 의외의 반찬은?! https://www.youtube.com/watch?v=VVFNMloMi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