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체형이면 당뇨병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든 날,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공복 혈당은 경계 수준, 식후 혈당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숫자였고, 의사 선생님 입에서 "마른 당뇨도 흔합니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그 순간 꽤 오래 멍했습니다.
가족력이 있다는 건, 어느 정도의 위험인가
당뇨병을 단순히 "과식하는 사람의 병"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생각이 절반쯤은 틀렸다고 봅니다. 유전적 요인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중 한 분에게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가 당뇨병으로 진행될 확률은 약 40%, 두 분 모두 해당된다면 70%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당뇨병 환자입니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설마 나까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가족력을 그냥 먼 이야기처럼 넘겨버린 과거의 제가 조금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의 차이입니다. 1형 당뇨병이란 췌장이 인슐린을 아예 생성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로 전달하는 호르몬인데, 이 호르몬이 처음부터 분비되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기는 하지만 그 기능이 점점 떨어지거나, 세포가 인슐린의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열심히 세포 문을 두드려도 세포가 문을 잘 안 열어주는 상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아시아권에서는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도 근육 대비 체지방 비율이 높은 경우, 즉 마른 비만 상태에서 2형 당뇨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유전적 요인을 강조하면 "그럼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해석은 좀 다르게 봅니다. 유전은 위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지, 결과를 확정하는 요인이 아닙니다. 실제로 생활습관 개선으로 당뇨 전 단계에서 발병을 막은 사례는 임상에서도 꾸준히 보고됩니다. 30대 이상 성인의 약 30%가 당뇨 전 단계, 약 16%가 당뇨병에 해당한다는 수치를 보면(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이 병이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혈당 수치, 어디까지 알고 계셨나요
당뇨병의 무서운 점은 혈당이 300을 넘어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저도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고, 밥 먹은 뒤 유독 눈이 침침해지는 날이 늘었는데, 처음엔 그냥 피로 탓으로 돌렸습니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 소변이 잦은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런데 당뇨로 인한 다뇨 증상은 커피와는 결이 다릅니다. 밤중에도 깨어 화장실을 가야 하고, 한 번 볼 때 소변량 자체가 많아집니다.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가니 갈증이 심해지고, 그 갈증 때문에 물을 더 많이 마시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제가 겪었던 증상들이 그냥 피로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혈당 수치와 관련해 알아둬야 할 기준값이 있습니다.
- 공복 혈당: 130mg/dL 이하가 권장 목표 수준
- 식후 2시간 혈당: 180mg/dL 이하가 합병증 위험을 낮추는 기준
- 당화혈색소(HbA1c): 최근 2~3개월간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수치로,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합니다. 여기서 HbA1c란 적혈구의 혈색소에 포도당이 결합된 비율을 측정하는 검사로, 단기 혈당보다 장기적인 혈당 조절 상태를 파악하는 데 훨씬 유용합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혈당의 평균값뿐 아니라 혈당 변동성, 즉 혈당이 오르내리는 폭이 클수록 당뇨 합병증 위험이 올라간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복 혈당이 정상 범위라도 식후 혈당이 350~400까지 치솟는다면 그 낙폭 자체가 혈관에 부담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혈관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쌓이면 당뇨 망막병증, 당뇨 신증, 심혈관 질환 같은 만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뇨 망막병증이란 고혈당으로 눈의 미세 혈관이 손상되어 시력을 잃을 수 있는 합병증을 말하고, 당뇨 신증이란 콩팥의 소혈관이 망가져 투석이 필요한 상태로 악화될 수 있는 합병증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숫자 하나하나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는 걸, 검진 결과를 받아 본 이후로 훨씬 실감하게 됐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혈당 관리, 실제로 해보니
여러 관리 방법이 소개되는데, 저는 그중에서 실제로 체감 효과가 컸던 것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식전·식후 혈당을 직접 재는 것이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CGM)처럼 정교한 기기는 아니더라도, 손가락 채혈 방식의 혈당계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란 피부에 센서를 붙여 혈당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기입니다. 숫자를 직접 보는 것과 그냥 막연히 "좀 높겠지" 하고 넘기는 것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동기의 차이가 확실했습니다. 제가 직접 재보니 같은 밥을 먹어도 빨리 먹는 날과 천천히 먹는 날의 식후 혈당 수치가 다르게 나왔습니다. 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한 이후로 밥 먹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식습관 개선과 관련해서는 "아침을 거르는 게 당뇨에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이 처음엔 의외로 느껴졌습니다. 아침을 굶으면 오히려 몸이 혈당을 저장하려는 방향으로 작동해 근육이 빠지고 지방이 쌓이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바쁜 날엔 아침을 자주 걸렀는데, 그 습관을 고치고 나서 점심 식후 졸음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세 끼를 일정하게 먹되 중간 간식, 특히 정제당이 많은 음료나 과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식단을 조정했습니다.
운동 부분에서는 "숨이 찰 정도로 해야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개인 상태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고령이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분들에게 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권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녁마다 빠르게 걷기로 시작해서 점차 강도를 높였는데, 몇 달 후 공복 혈당이 눈에 띄게 안정됐습니다. 운동이 인슐린 없이도 근육이 혈당을 직접 소모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 몸으로 확인하고 나니 설명이 실감났습니다.
정리하면 집에서 혈당 관리를 시작할 때 가장 현실적인 순서는 이렇습니다.
- 식전·식후 혈당을 직접 측정해 내 기준값을 파악한다
-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고, 간식과 정제당 섭취를 줄인다
-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해 혈당 소모를 높인다
당뇨병은 수치가 높다고 해서 당장 쓰러지는 병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혈관 안에서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혹은 이미 공복 혈당이 100대 초반으로 경계에 걸려 있다면, 지금 당장 수치를 확인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을 때마다 혈당 항목을 그냥 넘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설마 나까지"라는 생각이 결국 가장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혈당 이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참고:내가 당뇨병이라고!?_당뇨병 생존 가이드 https://www.youtube.com/watch?v=MU4liUAgO6M&t=6s